강릉아산병원 전경. 강릉아산병원 제공강릉아산병원이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한 치매 신약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레켐비)를 강원·영동지역 최초로 도입하고 본격적인 처방을 시작했다고 18일 밝혔다.
고령 인구 비율이 높고 치매 유병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강원·영동권 환자들은 이번 도입으로 서울 등 대도시로 이동하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치매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레켐비는 총 18개월 간 2주 간격으로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치매 환자와 보호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대관령을 넘어 서울까지 오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강원특별자치도 내 65세 이상 노인은 약 37만 명이다. 이 중 약 3만 5571명이 치매 환자로 추정돼 유병률은 9.49%에 달한다. 이는 전국 평균인 9.15%를 상회하는 수치로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강원·영동 지역은 치매 대응이 중요한 보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강릉아산병원은 지역 내 고령화로 인한 퇴행성 뇌질환의 유병률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를 도입·운영하게 됐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 인지 장애(MCI) 또는 경증 치매 환자에게 투여되는 항체 치료제다.
기존 약물이 인지 기능 저하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쳤다면, 레켐비는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에 직접 작용해 병의 진행 자체를 늦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레켐비는 2024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거쳐 출시됐으며, 최근 전국 주요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처방이 시작되고 있다.
다만, 모든 경증 치매 환자가 투여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치료 전 반드시 뇌 MRI, 아밀로이드 PET-CT 등 정밀 검사를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뇌 내 축적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ApoE(아포지단백 E) 유전자 검사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평가 후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투여 가능 여부가 결정된다.
강릉아산병원 퇴행성뇌질환센터 신경과 최영빈 교수는 "레켐비는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에게 부담이 따른다"며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고려한다면 '예방적 치료'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강릉아산병원은 이번 신약 도입을 계기로 퇴행성 뇌질환의 정밀 진단부터 치료, 인지 재활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지역형 통합 치매 치료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